문학이 만나게 해준 새로운 나

청소년프로그램공모사업 활동수기

_ 안산청소년문화의집 박진희

낯가림으로 사람들과의 대화가 어렵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는 더욱 무서워했던 아이.

안산청소년문화의집의 청소년문학프로그램인 '청소년문화감성충전소 Crush On Art-하모니(Harmony)편' 활동을 접하기 직전의 저였습니다.

 
저는 평소에 혼자서 책을 읽고, 좋아하는 구절이나 문구가 나오면 캘리그라피(예쁜 문구로 작성하는 것)를 취미로 삼았던 아이였습니다.

그렇기에 ‘독서’라는 행위는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한편으로 존재했습니다. 더군다나 낯가림으로 사람들과의 일상적인 대화도 어려워했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는 더욱 낯설어했기에 혼자 즐기는 취미 활동이 당연시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안산청소년문화의집의 청소년 문학프로그램인 ‘청소년문화감성충전소 Crush On Art-하모니(Harmony)편’의 홍보지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내가 좋아하는 활동으로 나의 단점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내가 이 활동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스스로에게 잘 할 수 있다 다독이며 신청서를 제출했던 기억이 납니다.

혼자가 자연스러웠던 저는 첫 문학 토론 시간에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평소 일상적인 대화도 머뭇거렸던 제가 책과 관련된 의견을 말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 마디 한 마디씩 내뱉을 때마다 집중되는 시선도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역사회 부스 운영활동, 작은 도서관 재능 나눔처럼 특정한 장소에서 체험활동 방법과 사용법 등을 전달해야 하다니...! 할 수 있다는 첫 포부와는 다르게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생각은 문학토론이 진행될 수록 바뀌게 되었습니다.

본 활동하기 전에는 내 얘기가 틀릴지도 몰라, 남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비난 받을지도 몰라와 같은 막연한 불안에 나의 생각을, 의견을 숨기기 급급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알고 계셨는지 선생님은 활동 초반에 토론의 올바른 자세를 강조하셨습니다.

토론 시간에는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것, 비방은 금물! 성숙한 토론의 자세를 보여줄 것, 누군가의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주는 경청의 자세를 잊지 말 것.  같이 활동을 한 친구들은 위의 자세들을 잘 지켜주었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저 역시 용기를 내서 저의 생각을 전달했습니다. 그러자 한 번의 용기가 사람들의 공감과 더 좋은 피드백으로 돌아왔고, 나와 생각이 달라도 의견이 수용된다는 점이 놀라웠을 때 차츰차츰 그 분위기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이 어렵다‘라는 말이 있듯, 횟수를 거듭하면서 사람들에게 의견을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벗어나 문학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면서 단어의 선택과 생각의 깊이가 달라짐을 느끼며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동안의 문학 활동, 창작 활동, 봉사 활동, 나눔 활동 중 가장 좋아한 활동은 바로 문학 활동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의견을 나누고, 전시와 뮤지컬 관람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또 어찌 보면 청소년 시기 쉽게 오지 않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문학 활동 시간은 늘 기대가 컸습니다.

같은 도서, 전시, 뮤지컬을 보아도 사람마다 좋았던 부분이 다르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생각의 깊이를 넓히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또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공예 활동을 통해 표현하는 과정도 즐거웠습니다.

저를 표현하는 방법을 캘리그라피라는 한 가지의 방법 밖에 몰랐던 제가 다양한 표현 방법을 배운 것은 마치 시골에서만 자란 아이가 도시로 나갔을 때의 기분과도 같았습니다.

새로운 표현 방식에 대한 설렘과 기대,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은 더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 자극제는 첫 공예 활동인 마크라메 행잉에서 좋은 결과물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단 두 가지의 매듭을 활용해 개성을 표현하고, 완성하는 과정에서 들은 칭찬들 덕분에 나를 표현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으며 다양한 표현 방법에 대해 관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다른 표현 방법은 네온사인 제작방법이었습니다.

네온사인에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니 평소 취미로 즐겨하던 캘리그라피가 떠올랐고, 동시에 ‘낭랑 18세‘라는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제작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어려움을 이겨내고 완성시켰을 때의 쾌감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이때의 기억을 토대로 어려움이 닥쳐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으며 "내 안의 긍정적인 나를 표현할 수 있다" 자신감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문학의 즐거움에 대해 알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문학의 즐거움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봉사 활동을 통해 문학의 즐거움을 전달하는 과정이 매우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린 아이들에게 활동을 설명하는 게 어려워 당황스럽고 답답한 마음이 컸지만 노하우가 생기면서 체험자의 연령대에 맞춰 설명하는 방식도 스스로 터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방법도 터득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들이 눈에 띄게 보여 지고,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조차 어려워했던 제가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의 성향에 맞춰 설명을 할 수 있게 될 거라곤 생각치도 못했는데, 그게 현실이 되니 새로운 나를 발견함에 대한 놀라움과 뿌듯한 마음이 공존했던 기억이 납니다.

모든 순간순간들이 의미 있었지만 ‘청소년문화감성충전소 Crush On Art-하모니(Harmony)편’도 마지막 활동인 토크쇼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른 적이 있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토크쇼였는데, 공연연출가와 세월호 유가족분들의 극단 '노란 리본'의 공연을 강연을 통해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산 시민으로서 잊지 말아야할 안전과 위로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안전 불감증부터 시작해 2014년 4월 16일 내가 생각한 그 날들에 대한 서로의 이야기로 답변을 채워가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준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지 말없이 함께 울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전까지 누군가의 슬픔을 위로하는 방법을 몰랐던 제가 본 활동에 참여하면서 ‘위로’라는 단어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듯 저에게 ‘청소년문화감성충전소 Crush On Art-하모니(Harmony)편’은 새로운 나를 바로 마주볼 수 있게 도와줬던 도약의 순간들이었으며, 한번 뿐인 청소년 시절 잊고 지냈던 순간들을 위로할 수 있는 나날들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책 속의 글들이 현실로, 감동으로, 하나의 온전하면서도 다른 세상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순간들이 할 수 있다는 용기로 변한 충전의 시간이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청소년 시절을 환하게 빛내줄 경험을 선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소년프로그램 공모사업]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우수한 청소년프로그램의 사업비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국가 공모사업으로, 시설 및 단체의 신규 청소년프로그램의 개발을 유도하고 직접 현장에 적용한 뒤, 현실적합성 및 전문성을 높여 전국 각지 해당 프로그램의 실제 수요가 있는 곳에 보급하고 있습니다.(매년 1-2월 공모사업 대상 모집)

_ 청소년프로그램 공모사업 문의 : 활동기획부 02-330-2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