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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 폭력일까 책임을 피하는 방패일까?
- 작성자 : 조유리
- 작성일 : 2025-05-25
- 조회수 : 12
<익명성은 표현의 자유일까 책임을 피하기 위한 방패일까?>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하는 ‘에스크’ 라는 앱이 있었다. 자신이 평소 궁금했던 친구에게 질문과 답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앱이었다. 물론 익명으로. 나도 이 앱을 유용하게 사용하곤 했다. 처음엔 재미있는 질문들과 칭찬들이 많이 왔었다. 하지만 갑자기 이유없이 나에게 욕이 달린 질문이 날아온 적이 있었다. 평소 친구들과 두루두루 사이좋게 지냈었기에 그런 질문이 너무 당황스럽고 속상했었다. 그런 질문은 나와 가까운 친구들을 의심하게 만들고, 심리적인 불안감을 조성했다.
에스크 뿐만 아니라, 얼마 전 내 오픈채팅 계정으로 익명의 또래 남자아이가 갑자기 연락이 오는 일도 있었다. 오픈채팅 사용을 안하는데 그런 연락이 와서 엄청 혼란스러웠다. 내가 상처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는 익명 뒤에 숨어 나를 공격했다.
그래서 난 다시 이 익명성이라는 데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흔히 익명성을 ‘자유’와 연결시킨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말하기에 표현의 자유가 더 넓게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익명성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 반장선거, 정치적 발언 같은 부분에서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청소년 사이에서는 이 ‘익명성’이 책임을 회피하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내가 받은 질문들은 오로지 나에 대해 궁금해서 보내는 질문들이 아니라, 나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일방적인 비난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는 부분이다. 앱은 단순 플랫폼일 뿐이고, 상대는 익명이니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학교나 보호자는 알기도 어렵다. 법적으로도 이런 상황은 애매하다. 형법에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있지만, 가해자가 익명이라는 이유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실제 가해 학생 81.4%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청소년 사이의 사이버폭력은 점점 더 퍼지고 있지만,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난 어느정도 규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익명 앱의 관리자들이 앱을 악용하는 사용자들을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경고가 누적되면 차단하는 제도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익명성이 악용되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처벌을 앱 상단에 더욱 강조하면 좋겠다. 실제로 청소년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만 14세 이상이라면 형사 책임도 물을 수 있다. 는 내용 등을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처벌 경우는 드물긴 해도, 적어도 악용하는 사용자들의 양심은 건드려 볼 수 있다. 익명성은 이름과 얼굴은 가려주지만, 나의 양심과 책임을 가릴 순 없다.
물론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청소년이 익명 앱을 사용하여 평소 자신이 주변인들에게 털어놓기 힘들었던 고민이나 속마음을 편하게 털어놓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으로 보는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나 역시 이러한 익명 앱의 순기능을 좋게 생각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익명 앱이 위로의 도구가 되려면 누구나 그 공간을 안전하게 느껴야 한다. 언제든지 나를 위로하던 말들이 날카로운 창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야한다. 그렇기에 익명성이 언제까지나 표현의 자유로만 강조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자유에는, 책임도 함께할 때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익명 앱의 피해자들을 줄이기 위해 법적, 제도적 대응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수행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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